AI를 잘 쓰고 싶었는데, 나를 돌아보게 됐다

노트북으로 AI와 대화하던 사람이 거울 속 자신을 돌아보는 일러스트. AI를 잘 쓰고 싶었는데, 나를 돌아보게 됐다.

목적을 설명하는 일에서, 내 확신을 점검하는 일까지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닌데.”

AI를 사용하다 보면 이런 순간을 만난다. 분명히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엉뚱한 답이 나오고, 수정해 달라고 해도 비슷한 결과가 반복된다.

나도 그런 경험을 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까지 AI에게 전달됐다고 기대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것 좀 잘 정리해 줘”라는 짧은 말 안에도 내가 기대하는 결과는 있다. 누구에게 보여줄 것인지, 무엇을 강조할 것인지, 어떤 느낌으로 전달할 것인지까지.

하지만 내게 분명한 생각이 상대에게도 분명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전달한 말에는 중요한 조건이 빠져 있을 수 있다.

오래 대화하면 나를 알아서 이해할 줄 알았다

처음에는 AI도 사람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설명해야 할 것이 많다.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왜 이런 부탁을 하는지 알려줘야 한다. 반면 오래 함께 일한 사람과는 짧게 이야기해도 통할 때가 많다.

AI도 대화를 많이 나누면 그렇게 될 것 같았다. 내 생활과 경험, 생각을 계속 알려주면 나중에는 짧게 말해도 의도를 알아들을 거라고 봤다.

실제로 맥락을 충분히 공유한 대화에서는 그런 편리함을 느꼈다. 다만 내 경험에서는, 앞서 설명한 조건이 다음 답변에서도 늘 반영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내 생각을 조금 수정했다.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만큼, 지금 하는 일에 필요한 맥락과 판단 기준이 답변에 반영됐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설명을 잘하려다, 내 생각을 묻게 됐다

그렇다면 목적과 기준을 명확히 설명하면 되는 걸까?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질문이 내 쪽으로 돌아왔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결과를 알고 있었나?”

“좋은 결과인지 판단할 기준이 있었나?”

이 질문들에 언제나 바로 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원하는 느낌은 있지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결과를 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느끼면서도, 무엇을 바꿔야 할지는 모를 때도 있다.

그럴 때는 그 상태에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아직 원하는 방향이 분명하지 않아. 서로 다른 예시를 보고 비교해 보자.”

“뭔가 마음에 안 드는데 이유를 모르겠어. 어떤 차이 때문인지 같이 짚어보자.”

처음부터 완성된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만 AI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화를 통해 내가 원하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조금 더 알아차리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내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를 때

나는 메타인지 훈련을 하면서 내 생각과 감정을 돌아보고, 판단에 얼마나 확신하는지 점검했다. 여기서 말하는 메타인지는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며, 내 판단에 어떤 근거가 있는지 살펴보는 일에 가깝다.

그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발견은, 내가 잘 모르면서도 확신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어떤 상황에 대한 내 해석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근거와 다른 가능성을 살펴보면, 처음 판단을 수정해야 할 때가 있었다.

내가 느끼는 확신과 실제 근거의 무게는 다를 수 있었다.

AI에게 일을 맡길 때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비싸네요”라고 말했다고 해보자. 곧바로 AI에게 “가격을 낮춰서 다시 제안하는 문자를 써 줘”라고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요청에는 이미 하나의 판단이 들어 있다.

‘가격을 낮춰야 해결될 것이다.’

정말 그럴까? 고객이 공사 범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다른 방식의 공사와 비교했을 수도 있다. 단순히 현재 예산을 넘어섰다는 뜻일 수도 있다.

AI가 요청대로 문자를 잘 써주더라도, 가격을 낮추겠다는 내 판단까지 검증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요청을 이렇게 바꿔볼 수 있다.

“고객이 견적을 보고 비싸다고 했어. 나는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 이유를 확인하지는 못했어. 가능한 이유와 고객에게 먼저 확인할 질문을 함께 정리해 줘.”

이렇게 물어도 고객의 실제 마음은 고객에게 확인해야 한다. 다만 내가 놓친 가능성을 살펴보고, 성급하게 결론 내리는 일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좋은 요청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일과 함께, 내 요청의 출발점이 타당한지 살펴보는 일도 필요했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AI 활용과 연결되는 이유

메타인지 훈련을 하면서 내가 느낀 또 하나의 변화는, 내 의도뿐 아니라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생각하게 됐다는 점이다.

나는 이런 뜻으로 말했지만 상대는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 내게는 쉬운 설명이 누군가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상대가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과 다를 수도 있다.

이런 관점은 AI가 만든 결과를 살펴볼 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고객 안내문을 썼다면 고객이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지, 처음 접하는 사람을 위한 글이라면 배경지식 없이도 이해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결국 결과물을 사용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일이다.

내가 말하는 감수성은 내 기준과 다른 사람의 경험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아차리는 태도에 가깝다.

AI를 잘 활용하고 싶다면 기능과 사용법을 익히는 일에 더해, 나를 돌아보고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습관도 의미가 있겠다고 느낀 이유다.

물론 내 경험만으로 메타인지 훈련이 AI 활용 능력을 높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사용 경험이 쌓이고 활용법을 익힌 영향도 있을 것이다. 다만 내 해석을 점검하고 다른 관점을 생각하는 습관이 AI와 대화하는 과정에도 연결되는 것을 느끼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휴먼 디렉팅

기존 도구를 사용할 때도 목적과 판단은 필요했다. AI를 사용하면서는 그 중요성을 더 자주 체감한다. 내가 어떤 상황을 설명하고 어떤 전제를 담아 요청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휴먼 디렉팅, 즉 사람이 AI와 함께 일하며 방향을 잡는 일에는 두 가지가 함께 들어간다.

하나는 목적과 기준을 전달하고, 어디까지 맡길지 정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내가 처음 정한 방향도 다시 살펴보는 일이다. 목적과 기준이 아직 모호하다면 대화하며 찾아가고, 충분히 확신하고 있다면 그 확신에 어떤 근거가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이것을 AI를 쓰기 전에 갖춰야 할 자격처럼 말하고 싶지는 않다. 일단 사용해 보고, 기대와 다른 결과를 만나고, 그 이유를 살피면서 조금씩 길러갈 수 있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다음번에 AI의 답이 기대와 다르다면 두 가지를 함께 물어보려 한다.

“내가 전달하지 않은 맥락은 무엇일까?”

“내가 당연하다고 믿은 생각에도 수정할 부분이 있을까?”

AI에게 더 좋은 답을 얻고 싶어서 시작한 대화가, 어느새 내 생각을 살피는 일로 이어졌다.

지금 내가 길러가고 싶은 태도는 이렇다.

내가 원하는 것을 설명하되, 내가 옳다고 믿는 생각도 수정할 수 있도록 열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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